Sunday, January 3, 2016

20160101 승은, 희준언니와 함께한 연말연시 - Blue Hills Reservation, Revere Beach

12월 31일에는 승은언니와 희준언니가 놀러왔다. 1시반에 하버드 스퀘어 오봉빵에서 막걸리와 파전을 벌인 결과로 막상 등산을 가겠다는 계획은 일몰 1시간 전에 산에 도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구글 내비의 93번 국도 정체 구간을 피하는 길을 따라가는 것은 의도치않게 보스턴 시내 -이를테면 헤이마켓, 거번먼트 센터, 퀸시마켓, 사우스스테이션, 사우스보스턴 하버 등지-를 투어하는 덕투어버스같은 여정을 만들어 냈고 세 여자는 수다를 떨면서 이것도 나름 좋다고 맞장구를 쳤다. 블루 힐즈에 도착해서 지도까지 3불을 내고 샀지만 막상 레인저가 추천해 준 루트는 호수 한바퀴 산책이었다. 호수를 돌면서 사진찍고 수다떨고 해가 저물어 다시 집에 왔다. 오는길에 에이치마트에 들러서 장도 보고 남편의 생일 케잌도 샀다. 저녁으로는 떡볶이와 오뎅국 그리고 오징어 튀김을 만들었다. 희준언니가 산 족발까지 풍성하게 먹고 승은언니 집/교회 라이드를 다같이 했다. 돌아오는 길에 토스카니니에 들러서 아이스크림을 샀는데 희준언니가 토스카나 등등에 꽂혀서 운전사인 나는 차 안에서 오래 기다려야 했다. 집에 와서 남편은 졸렵다고 들어가서 자고 희준언니랑 이야기를 했다. 맘에 안드는 교수를 대하는 포닥의 자세에 대해서 희준언니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승은언니가 2시간 후에 집에 다시 왔다. 수다를 떨다가 12시가 되었고 티비로 타임스퀘어 볼드랍을 보면서 보졸레 누보를 마셨다.  승은언니는 물을 마셨다. 2시까지 수다를 떨다가 잤다. 언니들에게 모든 이불을 주어서 나와 남편은 침대에서 쪼그려서 잤지만 거실 바닥에서 언니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을 듯 하다.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일출을 보러 가기로 했다.

아침 6시. 무지 일어나기 싫게 피곤했지만 약속대로 일어났다. 승은언니는 역시 제일 힘들어 했다. 목도리, 오리털 잠바, 부츠 등으로 꽁꽁 둘러 싸고 집을 나섰다. 르비어 비치까지는 25분쯤 걸린듯 하다. 7시가 좀 덜된 시간으로 일출 20분전이었지만 동은 이미 텄다. 구름이 많아서 제대로된 일출을 보진 못했다. 파도소리가 시원했다. 언니들은 사진 찍느라 바빴고 남편은 물수제비를 떴다. 대강 보다가 다시 차를 탔다. 집에 오는 길에 소머빌의 네이버 후드 카페에 들렀다. 1월1일인데 문을 열었다. 맛난 크림오브윗을 먹고 디시 2개를 시켜서 나눠 먹었다. 먹고 나오니 도넛가게도 문을 열어서 쏠트카라멜 버번도넛을 샀다. 집에 도착해서 케잌을 놓고 생일 축하를 했다. 나는 스페이스인베이더카드를 전달했다. 케잌먹고 수다떨다가 희준언니 기차시간이 다되어서 마중했다. 그리고 나서 승은언니도 1번 버스를 태워 보냈다.

평온한 1월1일 아침을 맞이했다. 집안 정리를 하고 점심으로는 어제 저녁 남은 것들을 먹었다.

오랜만에 북적북적한 1박 2일이었다. 참 많은 수다 떨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렇지만 사람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31일날 오후 나들이는 정말 예측 불허의 순간 순간들이었고 31일날 저녁때 또한 승은언니 성경책 퀘스트, 희준언니 아이스크림가게, 남편의 갑작스런 퇴장취침 등등으로 한시도 정신을 차릴수가 없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사람들과 부대끼는걸 좋아했던 나로서 이게 내가 변한 건지 아니면 이 사람들이 별난건지 알수가 없다. 아마 둘 다 일 것이다. 그래도 사람 하나 안들던 우리집에 와준 사람들에 고맙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하는 남편이 그나마 좀 덜 불편하게 만날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일년은 특별히 힘든 시간이었다. 한해의 시작부터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고 더이상 버틸수 없어져서 모든 사회적인 활동을 중단해 버렸다. 몸은 계속 아팠고 일은 진전이 없었다. 연말에도 집안에 쓰나미가 휩쓸었고 나는 결국 카운슬링을 받기 시작했다.  에너지가 방전되어서 아무런 노력도 더이상 하고 싶지 않았고 스스로 나락으로 그냥 떨어지도록 내버려 두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연휴를 지내면서 일을 하지 않았다. (물론 거짓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랩에 나왔고 12/30일까지 랩에 나갔다. 일을 많이 줄였다) 그리고 시간을 두다 보니 집안의 밀린 일들도 조금 조금씩 처리하게 되고 삶이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추스린다라는 말은 이런때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비정상이다. 몸도 많이 아프고, 교회도 나가지 않고 있다. 사회 활동도 안하고 있고 겨울잠 자는 곰처럼 비활성상태에 있다. 솔직히 이런 상태로 산지 꽤 오래 되었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은 그냥 이 상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냥 지금은, 이런 상태로 좀 살아도 괜찮다.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면 되니까. 그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으니까. 나는 매일 매일 그저 옳은 선택을 하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세상에 부러운 사람들이 참 많고, 나의 동료들이 나를 앞질러 가고 있지만 나는 내 길을 또 가야겠다. 2016년, 아직 새해 결심을 하기에는 에너지가 없는 상태이지만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되리라 믿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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